단편소설 @shortstory__bot

누구에게나 경계심이 많던 너는 내 눈엔 그다지 띄진않았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두 눈을감고 잠들어있는걸 보았고 , 악몽일까 깨워보려 다가갔을때 매달리듯 안기는 네 모습이 신경쓰였고 항상 내가알지못하는 이름을 부르는 지금은 조금 화가나려한다.

약에 취한듯 서로 그렇게 탐했다. 무엇이 잘못되어가고있는지도 모른채. 우리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였다 게다가 네게는 애인이 있지않았나.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였다. 그저 눈앞의 온기만을 쫓아 더 더 탐할뿐이였다.

순간적인 충동이였다. 머리는 멍한 상태였고 잠도 왔었다.그래서였다. 소파위에서 약간 졸린눈을 하고있던 네게 키스해버린건. 처음에는 살풋 누르듯이.그 후엔 네게 기대며 더 깊게. 너는 나를 밀어내지도 않고 오히려 등에 손을 올려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나는 내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채 곧 울 것 처럼. 그렇게 손을 잘게떨면서 그렇게 있었다.

내가 쳐다만보고 있자 너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총에 키스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내머리를 헝크리며 지나쳐버린다. 「아직은. 아직은 너무 이르다 꼬맹아」 약간 웃음기가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나가버렸다.

너는 그 목소리가 우스웠던건지 아니면 다른것이 웃겼던지는 알수없지만 어께를떨며 눈물까지흘리며 웃기시작했다. 그러더니 몸을 휙 돌려 자신의 이마에 총구가향하도록 지긋이 누른다. 「쏴」 「......」 「쏴버리라구」 실실웃으며 말하지만 눈만은 웃지않았다.

총구를 네 머리로 향했다. 부드러운 머리칼사이로 단단한 쇠덩어리가 파묻혔다. 이 총따위는 보이지도 않는지 노래를 흥얼거리던 너는 노래를 멈추곤 천천히 눈만돌려 나를 쳐다본다. 「움직이지마. 쏠거니까.」 평소와달리 어색할정도로 메마음성으로 말했다.

짧은 정적 후 너는 내 손목을 비틀어버렸다.그 순간 아프다는생각보다 네가 가지않았다는 그 사실에 안심해버렸다.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차가운 눈빛을 하고있는 너를 놓치고싶지않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구원이라도 되는양 일어서는 네 옷자락을 손가득 움켜쥐고 땅만 볼 수 밖에없었다.

내일아침에 눈을 떳을때 네가 내 옆에있기를 원해.하지만 벌써부터 느껴지지않는 온기는 아마 내일도 그 다음날도 없겠지. 어쩌면. 아마. 평생..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추위를 많이타던 너는 이까지 딱딱 부딪혀가며 부르르 떨어대었다. 그 모습이 웃겨 대놓고 웃어대다"안아줄게 이리와" 라고 농담삼아 말했지만 당황해서 과장되게 행동하는 네 모습에 어째서인지 나도 덩달아 우스운 행동들을 하고 말았다.

오던길에 아스팔트 위에서 심하게 엎어져 무릎이 온통 피가날정도로 심하게 까져버렸다. 집에오자 놀란 네가 직접 치료를 해준다며 소독약을 뿌리는순간 너무 따끔거리며 아파와 주먹을 꽉 쥐고 눌린신음을 내며 바들떨고만 있는데 왜 네 표정이 이상해지는건지..?

네가 급하게 입으라며 빌려주고 가버린 네 겉옷에는 너에게서 나는 체향이 느껴져서 괜히 옷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을땐 바로앞에 네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있어서 기절할뻔했지만..

꿈에. 그래 잠결에 네가 내 옆에있었던것같다. 너는 나에게 무어라고 말을했고 그리고 내 머리 이마 코 그리고 입술 턱까지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었던것같다. 아마 꿈이였겠지 지금 네가 내 옆에없으니.

기억나? 여기에서 우리 약속 했잖아 서로 필요할때 부르면 이곳으로 오기. 보고싶을때 전화하면 여기서 보기. 근데 왜 약속 안지키는거야? 난 네가 보고싶어 난 지금 니가 필요해 매일 너에게 전화도 하고있잖아.. 약속 어기지마. 기다릴게.

영화를 보다 너를 흘깃 봣을땐 소리하나 내지않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네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해서 몰래 계속 훔쳐보다보니 울다가 웃고 찡그리는게 귀엽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영화는 끝나버렸고 나는 영화보단 네 얼굴을 더 많이 보고 말았다.

또 , 참고있었는지 화를 삭히느라 호흡은 거칠어져있었고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어찌해야할지를 몰라 헤맬때 너는 미련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문득 바닥의 핏자국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많이 다친것같은데.. 하지만 내몸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주저하고있을때 네가 달려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곧 머지않아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급하게 뛰어가다 걸려넘어진건지 막 절뚝대며 일어서는 네가 보였고 나는 본능적으로 도와주려 손을뻗었지만 너는 내 손을 쳐내었다.

나도 모르게 너를 밀어붙이고있었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네게 상처되는말만 골라서 나는 너에게 내뱉고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땐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하고있는 네가있었다. 잠시간의 정적 후 너는 한마디도 대꾸하지않고 그대로 뒤돌아서 걷기시작했다.

계속,계속 너는 「미안해」라고 내 등에 새기기라도 할 듯이 꾹꾹 눌러썼다. 뜬눈을 천천히 뜨자 네 얼굴이 보였고 갑자기 터질것같은 울음을 참으려 인상써서 주름이 가득진 네 미간에 입을맞췄다.